2016. 5. 4. 16:56ㆍ풀
나도풍란 Sedirea
난초과 / 유통명 나도풍란, 대엽풍란 / 중국, 일본 남부 및 동남아 일부에서 자생
한국은 현재 자생지가 없어 인공증식 개체로 복원중, 환경부 지정 보호식물
학명 Sedirea japonica (Linden & Rchb. f.) Garay & H. R. Sweet
일본명 선인지갑란, 나고란, 명호란 / 북한명 들바람란
지난 달, H와 고터 꽃시장에 들렸는데 그 친구가 정작 사고싶어했던 풍란을 사지 못했다. 아쉬움에 '풍란~ 풍란~' 노래를 하던게 마음에 남았나보다. 지나가며 동네 꽃집을 스캔하다가 풍란이 보이길래 'H의 생일이 언제였지?' 를 생각하며 덥석 집어왔다.
작은 토분에 수태로 돌돌말아 콕! 빈틈은 바크로 메워주었다.
호접란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잎이 반질반질 윤이 난다. 꽃대도 물고있는 기특한 나도풍란.
저 아래 살짝 보이는 건 뿌리이려나? 보면 볼수록 호접란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이게 H의 생일선물 될 줄 알았건만. 성질급한 H는 결국 인터넷에서 소엽풍란과 나도풍란을 구매했단다.
꽃집에서 데려온 나도풍란은 나와 인연이었나보다. 그래, 넌 나랑 살자. ㅎㅎㅎ
소엽풍란과 대비되는 유통명으로 흔히 대엽풍란이라 많이들 부르지만, 실제 이름은 나도풍란이라고 한다. 풍란이라는 이름답게 바람 잘 통하는 곳에서 사는 식물이다. 호접란과 같은 착생란인데, 가만 잘 보면 생긴것도 호접란과 비슷하다. 마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처럼, 다육만 보더라도 같은 식물이 토양에 따라 다르게 자라는데, 풍란-호접란의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바람이 잘 들어야 한다길래 베란다 한쪽 창문을 열고 거기에 두었다. 꼬질꼬질한 창틀은... 청소해야겠다;;;
5월이 바쁜 직종이라, 사실 그러고서 완전히 방치모드였다. 야근하고서 늦은밤 졸린눈으로 분무기 스프레이 해주기를 반복.
나도풍란은 바람에 하늘하늘 꽃대를 길게 늘어트렸다. 꽃망울은 세 개가 잡혔다. 번데기마냥 꽃망울만 천천히 부풀리기를 4월 10일부터 5월 3일까지... 24일이 지났다.
5월 3일 새벽에 눈비비며 물먹으러 나왔다가 베란다를 흘끔 보니 꽃이 활짝!!!
졸린눈 부릅뜨고 손에 힘 잔뜩주고 아침 댓바람에 사진찍기. 이른 아침 적은 광량은 내 낡은 노트3이 감당하기 힘들다. 난 안 떨고 있는데 사진은 왜 다 떨리는거니... ㅠ_ㅠ
꽃 잎장도 가늘고 자그마해서 새침한 느낌이 드는 풍란의 꽃. 톡 쏘는 풀향이 아주 약하게 난다.
내가 평소 보는 각도에서의 느낌은 이렇다. 창가에 있느라 먼지가 많았나보다. 잎 좀 닦고 찍을걸.;;;
아침에 건진 단 한장의 근접샷. 풍란의 꽃도 호접란과 흡사하게 생겼다. 신기신기~
아마도 이것이 베스트샷...?
풍란의 꽃은 일주일정도 간다고 한다. 난이건 다육이건 모든 풀떼기에게 꽃을 피우는 건 엄청난 일이라서 영양이 충분해야 한단다. 풀떼기의 삶에선 사람이 출산하는 것과 같은 중요도인 걸까? 여러해살이 풀이니 내년에는 더 잘 관리해줘야겠다.
요 작은 풀떼기 덕분에 일주일동안 베란다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