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호접란 이야기 (150711~ )

2016. 3. 28. 15:40

팔레놉시스 Phalaenopsis

Phalaenopsis속 / 원산지 동남아시아, 호주북부 / 유통명 호접란

매년 새로운 품종이 출시된다. 무향이 일반적이나 최근 유향종도 나왔다고.

 

 

어쩌다보니 식물과 살짝 관련있는 직종에 잠깐 일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가진 편견 중 하나가 '난은 키우기 어렵다' 라는 것. 손쉽게 접하던 관엽이나 다육과는 다르게 어느정도 가격대가 있는 고급진 선물? 이라는 생각도 난을 까다롭게 여기게 했다.

 

그런데 난을 샀다.ㅎㅎㅎ

 

고속터미널 꽃시장에서 스투키를 사러 돌아다녔던 그 날의 일이다. 이번에 키워보지 않으면 영원히 난은 못키울거라는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데려온 호접란은 생각보다 무탈히 잘 자라고 있고 처음 분갈이를 했던 화분이 작아져서 두 번째 분갈이를 한 참이다. 

올 여름 다시 꽃을 기대하며 기록을 남겨본다.

 

 

호접란 사진
호접란은 종류가 무척 많은데, 이 노랑노랑한 아이는 '골든뷰티'라고 한다.

 

 

고속터미날 꽃시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운영시간이 끝난터라 몇몇 꽃집밖에 열려있지 않았다. 스투키를 사고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아 열려있는 꽃집을 둘러보는데, 한쪽 끄트머리 동양란/서양란만 잔뜩 취급하는 곳에서 선물로 배송이 나갈 서양란이 분갈이를 마치고 한창 리본을 두르며 꽃단장을 하고 있는 중.

 

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 뭔가에 몰입한 모습을 보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는데, 그 사장님이 옆에 잔뜩 무리지어 앉아있는 서양란을 가리키며 싸게 줄테니 가져가라는 거다. 

 

꽃을 잔뜩 물은 흰색과 노란색의 호접란이 여러개 놓여 있었는데, 그중 맘에 드는 노랑노랑한 아이를 제법 싸게 데려왔다. 별 생각없이 데려왔다가 분갈이 직전 검색을 해보니, 서양란은 분갈이할 때 일반 상토가 아닌 바크와 수태에 심는단다. 동네 꽃집에서 분갈이 재료를 별도로 사왔다. 수태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호접란 분갈이 후 사진
요새 미니호접은 대부분 작고 동그란 화분에 심는 듯. 느낌이 비슷한 화분을 찾아 심었다.

 

호접란 분갈이 후 사진
난은 도도하고 고상해보이는 느낌을 기본으로 깔고가는 것 같다. 이름처럼 나비같아 보인다.

 

호접란 분갈이 후 사진
호접란의 뿌리를 수태로 잘 감싸고, 바크를 둘러 고정시킨다. 마무리로 플랜트태그를 꽂아주었다.

 

 

잘 관리해주면 꽃이 3개월가량 계속 피어있다고 하길래 회사로 가져왔다. 

난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볕이나 물주기도 좀 더 수월했다.

여지껏 키워온 화분들은 대부분 꽃과 거리가 멀어서 몰랐는데, 호접란을 키우니 꽃을 보는 재미도 쏠쏠~

 

 

회사에서의 호접란 사진
책상 오른편에 호접란을 두니, 하루종일 꽃이 옆에 있다.

 

회사에서의 호접란 사진
꽃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가라앉는 기분. 야근이 많은 계절이었는데 제법 위로가 되더라는 ㅠㅠ

 

회사에서의 호접란 사진
3개월간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며, 저 작은 망울이 모조리 꽃이 되었다.

 

 

3개월가량 이 작은 호접란 덕분에 눈이 즐거웠다. 일에 치여 스트레스가 바짝 오를 때는 호접란의 두터운 잎을 한잎 한잎 닦아주며 삭히기도 했다.ㅋㅋㅋ

마지막 꽃이 지고난 후, 내년을 기약하며 최대한 몸체에 가깝게 꽃대를 잘랐다. 꽃을 피우려면 영양도 잡아주고 온도조절도 잘 해야 한다는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난은 이런 부분이 어려운 것 같다.

 

꽃이 진 후 회사에 계속 있었는데, 그 사이에 새 잎도 티우고 몸체도 좀 더 커진 느낌이었다.

 

일반적으로는 2년에 한 번 분갈이를 하면 된다는데, 호접란의 경우 너무 타이트한 분에 심겨져있으면 나중에 분갈이를 할때 뿌리가 빠져나오지 못해 난을 죽이던가, 분을 깨던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둘 다 싫다는 생각에 냅다 집으로 데려와서 큰 분에 옮겨주었다.

 

 

분갈이 전 호접란
이전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뿌리가 많이 자랐는지 꽉 낀다. 가운데 뾰족 일어선 잎이 새로 난 잎.

 

분갈이 중인 호접란
위에서 내려다보니 확연히 비교되는 화분크기

 

분갈이 후 호접란
분갈이 완료. 수태를 그대로 사용해서 플랜트태그도 이전 그 자리에 꽂아주었다.

 

 

무덤덤하게 풀떼기를 키워왔다고 생각했는데, 꽃이 화려한 호접란을 한번 키우고 나니 '꽃이 사람에게 주는 효과가 크구나' 싶다. 전에는 꽃 선물이라는게 참 덧없고 불필요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꽃을 마주할 때의 설레임을 알게된 것 같다. 올해도 물어린 늘씬한 꽃대를 올려서 한아름 꽃을 품었음 좋겠다.